육쌍둥이/쵸로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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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792,458.육쌍둥이/쵸로오소 2020. 4. 25. 01:14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이 수백 개의 움직이는 검은 다리였을 때, 내가 목만 잠기지만 않았더라도 4옥타브의 고음까지는 낼 수 있었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난 그만큼 놀랐다. 그에 반해 너는 두 눈을 한 번 더 깜빡이고는, 얼굴을 조금 뒤로 빼고 해사하게 웃었다. "일어났어?" 조금 비틀거리는 테가 역력한 얼굴. 그럼에도 내가 이제껏 봐온 것 중에서 가장 환하게 웃고 있어서, 오히려 이 새끼가 미쳤나 싶었다. 너는 침묵 속에서 두 눈을 깜빡였다. 내가 왜 말이 없나 고민하는 모양새였다. "왜? 목 말라?" 걱정하는 기색에 바로 입을 열려다가, 손 안 쓰고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좋을 듯 싶어 고개만 끄덕였다. 너가 부엌으로 간 사이 몸을 일으키고자 팔을 움직이자, 철그럭하는 소리와 함께 저지당했다. 금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