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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친모와 친부의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았다. 버리고 나온 집을 생각하면 양심이라 부를만한 무언가가 쿡쿡 찔리는 느낌이 들었으나, 가출 후 단 한 번도 오지않은 전화를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7년 전의 가출은 분명 섣부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그것을 진심으로 후회해본 적이 없다. 후회하는 순간을 굳이 꼽는다면, 제 연인 될 사람을 만나 기어코 꾀어버리고 만, 그때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인생은 어떻게 흘러야 '올바르다.' 라고 볼 수 있을까? 적어도 무엇 하나에 묶여서 옴짝달싹도 못하는 삶은 올바르지 못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저와 제 연인은 올바른 삶을 살고있지 못했다. 결코 정상적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생각하기를, 이별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올바른 이별이 되는 걸까?
"-너는 시발 늘 이런 식이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은 해? 사람 간의 배려를 할 생각이 있냐고."
적어도 이렇게는 아닐 것이다.
"..지친다. 너 하잔대로 해, 그냥. 헤어져."
사랑을 꺼트리는 데 있어 이보다 아픈 방식은 없을 것이다. 올바른 이별은 이렇게 아플 수 없을 것이라고, 오소마츠가 생각했다.
*-*-*집에서 나올 때 챙긴 것은 지갑과 기타, 옷 몇 벌과 서로가 전부였다. 아무런 계획도 생각도 없이 일본을 떠돌았다. 소속사가 생기고 다른 멤버가 들어와, 밴드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형태가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떠돈 몇 년이 무색하게, 적당한 스폰과 홍보가 이루어지니 뜨는 것은 금방이었다.
이 기회를 날려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아마 저 혼자만의 손해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청산할 것이 있다면 지금 청산해야만 했다. 오랜 흡연습관이나, 험한 말버릇, 충동적인 행동과 같은 것들이 그것에 포함됐다. 그렇다면, 연인관계는 그것들 사이에 속할 수 있는가?
-내가 그걸 고민해서 뭐한다고. 그 새끼가 다 끝냈는데.
제 손바닥 위로 쵸로마츠가 얼굴을 묻었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내릴 틈 없이 다 끝나버렸다. 단 한 번의 상의도 없이, 한 쪽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차가운 손가락으로는 가시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밤은 깊은데 잠이 오지 않았다. 다 끝나버린 관계를 홀로 붙잡고 놓지 못했다. 손가락 두 마디 두께의 문 너머에 있을 인간에게 머리로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그때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다르게 머리가 아프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고.
인생은 어떻게 흘러야 '올바르다.' 라고 볼 수 있을까? 쵸로마츠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제 연인은 어떤 인생을 '올바르다.' 고 볼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한 순간에 두통이 가셨다. 헛웃음이 입술 사이로 샜다. 그 새끼는 옳고 그르고를 따질 새끼가 아니었다. 그런 관점에서, 오늘 그 놈은 제정신이 아니었음이 분명했다.
옳고 그름에 지나치게 신중한 쵸로마츠로서는, 올바른 인생의 기준을 내릴 수 없었다. 순간순간에 옳고자 노력할 것이나, 섣부른 결정을 내릴 때도 있을 것이며, 만약 틀린다면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으로서의 한계라고 생각하고 다음 순간을 위해 노력할 것이었다.
그리고 쵸로마츠가 결론내리기를, 수백 번을 생각해도, 오늘 자신은 섣부르더라도 결정해야만 했다. 올바르고 그르고를 떠나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만 했다. 논제는 이러했다.
[성공이 보장된 미래를 위해 연인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가? ]
쵸로마츠는 7년 전과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