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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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이면.육쌍둥이/쵸로오소 2020. 4. 25. 01:19
1. 왜? 문득 뒤를 돌아보며 묻는 오소마츠에 쵸로마츠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리숙한 얼굴에는 궁금증이 한가득 담겨있다. 어깨너머 하늘은 우중충한 낯색을 하곤 투명한 빗방울만 땅바닥에 쏟아내고 있다. 바닥에 빗방울이 부딫히고 조각나고, 물줄기가 되어 흐르는 소리가 침묵을 메운다. 방금 불렀잖아.안 불렀는데?에, 그랬어? 잘못 들었나 봐. 도로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금 허공을 가르는 빗방울들을 바라본다. 흔들흔들, 창문에 걸터앉은 발을 굴러보다가 발끝을 오므리며 까르르 웃는다. 퍽 재미있다는 모양새였다. 쵸로마츠는 그 뒷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다가 손 안의만화책에 다시 시선을 고정시켰다. 만화책 속에, 짙은 명암으로 표현된 주인공은 열세인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 중이었다. 뭐?..뭐가?방금 불렀잖아, 오소마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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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빌의 절벽.육쌍둥이/쵸로오소 2020. 4. 25. 01:15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그 말 외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만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목이 졸려 잠에서 깨는 느낌은 유쾌하지 못하다 못해 엿같았으니까. "아, 깼군요." 하고, 목줄을 잡아당겨 억지로 잠에서 깨운 주제에 평온한 어조로 저리 말하던 노인네의 목소리가 아직껏 생생했다. 물론, 그때 본 네 눈과 비교하자면 한참은 흐린 기억이지만은. 어딘가 초점이 비틀린 눈. 내 얼굴을 본떠 만든 듯 똑닮은 얼굴. 기이하리만치 이질적인 그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살아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산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너는 잠시 간의 침묵 후, 짜여진 각본을 따라 움직이는 인형처럼 서서히 내게 눈의 초점을 맞췄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밀려오는 정체모를 떨림에 몸을 움츠렸었다. 알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