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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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육쌍둥이/쵸로오소 2020. 4. 25. 22:47
1. 두 눈을 감아도 어렴풋이 보이는 시야가 지긋지긋했다. 흰색의 얇은 천 너머로 흐릿하게 비춰지는 앞이, 뒤가, 옆이. 쵸로마츠는 붕대 아래에 감춰진 눈을 약간 아플 정도로 붙잡았다. 연약한 안구가 비명을 지르듯 고통을 전해준다. 쵸로마츠는 침음을 삼키며 눈이 있을 자리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축축하게 제 손을 적셔오는 피눈물이 혐오스러웠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그 존재감이, 쵸로마츠는 미치도록 싫었다. 2. 또 충혈됬네, 괜찮아? 피로 물든 팔의 붕대를 풀어내며 오소마츠가 물었다. 쫑긋 올라온 귀가 까닥거리기에, 쵸로마츠는 그 걱정을 무시할 수 없어 대답했다. 괜찮아. 붕대를 풀어내면 어느새 눈 앞이 맑게 개듯 시야가 환해졌다. 오래간 빛을 못 본 눈이 부산스럽게 붉게 물든 시야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