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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킹소다
    지박소년 하나코군/하나네네 외 2025. 3. 21. 12:21

    츠카네네

    200120

     

     

    때는 한창 여름. 츠카사는 그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보통 때였더라면 무슨 일이든 간에 했을 것이다. 사쿠라의 어깨에 올라타 있는다던가, 나츠히코와 만담을 나누거나, 평소처럼 제 형의 생각을 한달지와 같은, 평범한 유기 츠카사의 일상을 보냈겠지. 허나 오늘은 장소부터가 달랐다. 평소대로의 방송실이 아닌, 본교 1층 구석의 아무도 찾지 않는 먼지 쌓인 창고에서 츠카사는 늘어져 있었다.

     

    츠카사는 그날 몸상태가 심상치 않았고, 그래서 기분이 나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본인의 표현으로는, '속이 왠지 이상해.'라고. 통상적인 표현을 쓰자면, 그는 속이 쓰렸다. 괴이도 위액과다분비로 복통이 있을 수 있는 건가 하고 고민이 되지만 일단 그가 그렇게 느꼈다니 그런 것이겠지.

     

    사소한 것은 넘어가고, 중요한 것은 여기부터다. 비록 그날 그가 한 것은 없다지만, 당한 것이 있으니까.

     

    야시로 네네. 그녀가 화장실 청소를 하기 위해 물걸레를 가지러 오는 곳이 그 창고였다.

     

    "-에, 하나코 군..?"

     

    평소라면 아니야, 하고 정정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니까.

     

    "아, 츠카사구나.. 여기서 뭐하고 있어?"

     

    대답은 안 했다. 역시 기분이 나빠서.

     

    "아픈거야? 저기, 츠카사..?"

     

    자꾸 말을 걸어와서 더 기분이 나빴다. 간신히 가라앉은 속이 또 울렁거리는 것 같은 느낌에, 얼굴을 와락 구긴 츠카사가 몸을 일으켰다. 물에 삶은 명이나물마냥 늘어져있던 몸이 짜증에 절로 움직였다.

     

    "아, 그게.."

    "속이 이상해. 아파."

     

    그러니까 조용히 하고 나가, 까지 말하려고 했지만, 귀찮고 기분 나빠서 거기까지만. 야시로가 눈을 깜빡였다. 작은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옅은 빛을 통해 츠카사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핀다. 확실히, 안색이 안 좋다.

     

    "속이? 어떻게?"

    "..."

    "..으음. 츠치코모리 선생님께 데려다줄까? 아, 둘이 사이 나쁘려나.."

     

    진한 마젠타 색의 눈동자가 연신 흔들린다. 그냥 나가면 될 텐데. 아마네는 참 무른 조수를 뒀다니까. 귀찮게. 츠카사가 손을 들었다. 스스로 나가지 않는다면 내보내면 그만이다.

     

    "-아!"

     

    에, 아직 손 안 댔는데.

     

    "있지, 이거.. 집에서 가져왔거든. 청소에 쓰려고 가져온거긴 한데, 원래는 식용이니까."

     

    대뜸 내민 손을 붙잡아 위에 올린 것은 흰 가루가 담긴 작은 플라스틱 공병이다. 가만히 말아쥐자, 조금 서늘했다.

     

    "속 쓰릴 때 물에 타 마시면 좋대. 너무 많이는 말고.. 혹시 나 가고도 계속 아프면 한 번 해보라고."

    "..."

    "..그, 그럼 갈게!"

     

    가라앉은 침묵이 어색했는지 야시로는 금세 자리를 떴다. 남은 건 그녀가 남긴 흰 플라스틱 공병 뿐이다. 츠카사는 그것을 조금 손에서 굴려보다가, 단숨에 입에 털어넣었다. 물에 타먹으라던가, 너무 많이 먹지는 말라던가와 같은 충고를 들었던가도 싶지만, 그의 기억에는 없는 일이니까.

     

    그가 그 날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오로지 딱 3가지였다. 그 날은 정말 기분이 좋았단 것과, 데구륵 굴러가던 진한 마젠타색 눈동자, 조금 쓴 맛이 나던 흰 가루. 이렇게, 오로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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