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EE_ 2025. 3. 21. 12:22

하나네네

200120

 

 

카모메 학원의 문화제는 상당히 크고 성대한 데다, 부스 개최를 희망하는 동아리가 많아 교실이 부족할 때가 많다. 때문에, 카모메 학원 문화제 때에는 구교사 역시 사용된다. 구교사 3층의 여자화장실에 묶인, 화장실의 하나코씨에게는 몇 번째인지도 모를 축제다. 몇십년 전에야 축제 때마다 날 듯이 기뻐했었지만, 이 세월을 살아놓고 축제 따위에 두근거리는 건 무리지, 하고, 하나코가 쓴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서, 이번 축제도 작년, 재작년과 같이 진부하고 시끄럽게만 지나갈 줄 알았는데..

 

"하나코 군! 모처럼의 축제잖아. 분명 재밌을 거야, 같이 가자!"

 

..왜 이렇게 된 거지? 하나코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질질 끌려가는 제 뒷덜미에 숨이 막히지 않고자 옷깃을 끌어내렸다. 차마 뒤를 돌아보지도, 야시로 네네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겠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것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우리 동아리, 조금 식상하지만 코스프레 카페같은 걸 해서, 부스에 맛있는 게 많아. 앗, 하나코군도 뭔갈 입어보면 어떨까? 마침 악마복장이 남았는데.."

 

흰 옷자락이 얼굴 바로 옆에서 하늘하늘 스쳐지나간다. 야시로가 낯설어-!! 하나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축제답지 않게. 어쩌면 정말 오랜만이게도, 축제답게.